아이들과 별보기를 시작으로 다시 시작해보기로 불을 댕긴지 6개월만에 소화(消火). 좌절. 긴 슬럼프. 다시 1년.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들과 가족 관측회를 계획하면서 다시 그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다.
한달 남짓 남은 관측회를 기다리며 비록 0.5개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망원경이지만 손질을 좀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보고 있는데...
소형 굴절망원경으로 온 메시에 목록 천체는 물론이고 허셸400 목록까지를 다 보았다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 오래전 사 놓았던 Sky & Telescope를 뒤적여 그 기사를 찾아냈다. 99년도 5월호.
할아버지 이름은 Jay Reynolds Freeman.
기사에 나온 사진으로만 봐도 팔뚝만한 크기의 쬐끄만 굴절망원경이다. 이름도 `Refractor Red`라고 붙여주셨다. (연세가 좀 드시면 이런 빨간색을 좋아하게 되나보다)
중고로 사셨다는 55mm 구경 Vixen제 Fluorite f/8. 위에 달린 파인더는 손가락만하다 ㅋㅋ
원래 주로 쓰는 망원경은 14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이지만 55mm 굴절망원경으로 허셸400 보기를 시작해 완료 기념으로 쓴 기고문. 작은 망원경으로 굳이 딥스카이를 보는 이유를 설명하며 작은 낚시 도구로 큰 물고기 낚기를 즐기는 사람들에 비유하셨군. 보인다. 잡았다.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상상이 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구마통 만한 망원경으로도 잡은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할테니...ㅎㅎ
트라페지움 별들이 6개까지 보인다니 특별히 좋은 망원경이긴 한 모양이지만, 남들은 파인더로 사용할만한 구경의 망원경으로 도대체 어떻게 보았길래 본전을 톡톡히 뽑고 또 뽑고 쪽쪽 빨아내셨을까.
몇가지 비결이 나오는데, 우선 눈에 띄는 이야기는 실제 딥스카이 관측에 적당하다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게 배율을 올려서 관측했다는 것. 12mm 아이피스를 껴서 37배로 관측을 주로 했다고 한다. 55mm 에서 37배면 꽤 높은 배율인 듯. 배율을 올릴 수록 보이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에 은하들의 밝은 중심부를 도드라져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 한번 해보고 싶군. 음... 10년전 이야기이니 요즘에는 다들 이 방법을 쓰고 있지 않을까? ^^
간혹 더 높은 배율을 사용할 때도 있었다는데, M46 산개성단에 뭍혀있는데다가 크기도 매우 작은 NGC2438 행성상 성운을 구별해 볼 때는 4mm OR 아이피스를 써서 110배까지 올려서 보았다고도 한다.
그리고 나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있는 주변시 이용하기. (I would not have seen any of these galaxies without averted vision.) 망막의 중심부보다 주변부가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대상을 시야의 중심에 놓은 후 시야의 중심부와 테두리 사이 중간쯤에 시선을 두는 방식으로 관측했다고 한다. 마운트의 미동나사를 살짝 움직여 망원경을 약간 흔들어보는 것도 대상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잡광이 많은 도시 근교에서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밝은 쪽을 쳐다봐야 할 때는 관측에 사용하는 눈을 가리고 있기도 하고, 어두운 천체를 볼 때 눈을 감고 아이피스를 더듬거려 찾아서 손으로 감싸고 얼른 눈을 대서 손가락 사이로 들어온 잡광에 시야가 방해받기 전 1,2초의 짧은 동안만 대상을 보기도 했다는 얘기는 대단하기도 하고 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서 11등성까지 나오는 무거운 밀레니엄 성도를 가지고 다녔다고 하고. 물론 간편하게 찾기위한 성도와 언제 어느 별자리가 보기 좋은 위치에 오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별자리 판도 함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훈같은 말씀.
If an object doesn't pop out right away, keep looking. Patience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observing skills. I have sometimes stared at an object for tens of minutes before becoming confident that I was actually seeing it.
